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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매우 그리운 날

by 천광용 2008. 12. 25.


왜 그랬던걸까?

12월이 들어서자마자 한달음에 사람들을 만나고 송년회를 챙기고, 사람 못 만나면 죽을듯이 '결심'을 했었는데.. 돌아보면 변변한 송년회 한 번 하지 못하고 12월이 간다. 물론 꼴랑 며칠 남은 기간에도 변변한 송년회는 없을듯하다.


그리고 그 절정의 날, 크리스마스 이브!
크게 의미를 뒀던 것은 아닌지라...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왤케 억울한걸까? 일정을 잡으려고 해도 "에이! 그런 날까지 무슨 일정이야?" 라던 사람들은 또 모두 '일정'에 파묻혔다.  냅둬도 알아서 잘 살겠거니 하는 사람은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잘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건 "나 자신!"

뭐지? 動하지 않는 일정까지 만들어 부러 참여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다음에 보자고 손사래를 치고. 그냥 내비뒀으면 이러진 않았을텐데. 참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즐겨보던 티비도 오늘은 켜지 않고 있었다. 더 비참해질까봐..

에이! 마침 잘 됐다.
오후부터 저번 주에 끝냈어야 할 텀페이퍼 마무리에 착수했다.
아하!! 이거 꽤 시간이 오래 걸리네. 얼렁 끝내고 밥 먹으러 가야 하는데...
별로 옆길로 새지도 않았는데, 끝나는 시간이 밤 12시다.
밖에서는 왜 남의 나라 왕을 찾는지 모를 사람들의 캐롤이 들린다.
이제 이브도 끝나고 아담의 시간이 왔나보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나갔으나 문이 많이 닫혀 있다.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혼자서 어색하지만 삼겹살을 먹을까? 참치집 가서 무제한으로 준다니 먹을까? 그러다 에이 밥 한끼 해결하는데 넘 많은 생각을 한다고 깨닫고, 24시 밥집에 가서 '뚝불'을 먹었다.

때마침 밥한술 뜨는데 친구에게 전화온다.
밥먹는다고 끊으라고 했다.
밥 먹고 나서 친구는 혼자 먹었다니 짐짓 놀란다.
뭐 하루 이틀 이런 것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집에 돌아와 티비를 켰다. 한참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절정을 달리겠군 생각하며...
'라디오스타'에 기러기 아빠들이 나와서 밴드를 결성했다며 노가리를 깐다. 켜자마자 빠져든 나는 그간의 우울함을 날리려고 의식이라도 한듯 다른 때보다 더 박장대소다.

그런데 그만 윤종신의 멘트가 꽂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혼자 있어 외로운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어 외롭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줄 때..."

어이하여 저 예능늦둥이는 속을 후벼파는 멘트를 날리는건지.
정말 하루를 깔끔히 마무리 해주는 멋진 국민깐죽.

31살의 크리스마스 이브.
어느 때 의미있게 보냈던 크리스마스 이브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즉 난 혼자고, 여즉 난 '여자'를 그리워한다.
2008년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왜 오늘 부끄러워지는걸까?
왜 그때 더 용기를 내어 한발 다가서지 못했을까?
오늘 또 덤덤한 외로움을 즐기면서 피해버린 내가 '바보'다.
그리고 이 허전함이 세상살이를 무겁게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매우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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