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분위기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2월 24일 “현재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쏘아올리기 위한 준비 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의 우주과학기술은 경제강국을 향한 또 하나의 큰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 광명성 2호 발사가 2012년 강성대국을 향한 핵심적인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가우주개발전망계획에 따라 우리는 1단계로 가까운 몇 해안에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통신, 자원탐사, 기상예보 등을 위한 실용위성들을 쏘아올리고 그 운영을 정상화할 것을 예견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도 계속 인공위성을 발사할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은 발사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3월 8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와 3월말-4월초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기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에 ‘광명성 1호’를 발사했는데, 이때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 개막 사이였다.
왜 인공위성 발사? 인공위성 갖고 싶다는 뜻!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인공위성을 발사하려고 하는 것일까? 북한의 언행 하나하나에 수많은 추측과 해석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상식적인 답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뻔해 보이지만,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점을 놓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뻔한 답 속에 해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움직임을 ‘대포동 2호 미사일’로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과 경고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를 저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장거리 미사일로 부르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것’(指鹿爲馬)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설의 오해와 진실’ 참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경고는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외교적으로 막을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케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공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법적으로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이에 대해서는 ‘PSI, MD, 유엔 결의안... MB 정부의 대북 과잉대응을 경계한다’ 참조)
북한은 남한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이, 인공위성 보유를 강력히 희망한다. 독재국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특히 인공위성 보유를 ‘강성대국론’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법이 모색되지 않으면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대리 발사’ 논의할 대북 특사 파견이 유일한 해법
그렇다면, ‘광명성 2호’ 발사를 막을 방법은 있을까? 외교적 해법은 2000년에 이미 나와 있다. 북한은 광명성 1호 발사 6개월 후인 1999년 2월, 인공위성 발사는 전적으로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말하면서도 북미관계의 발전에 따라 양보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이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해주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정일의 제안은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에서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원칙적으로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인공위성을 대리로 발사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 해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가 당선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북미간의 대타협도 물건너 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유력한 방법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2000년에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뉴욕 채널이나 중국을 통해 대북 특사가 가기 전까지 인공위성 발사를 유예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2009년 1월 평양을 다녀온 셀리그 해리슨은 리근 6자회담 차석대표가 “핵협상을 할 수 있다면, 미사일 협상은 왜 못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일본 방문 중에 미사일 문제도 6자회담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태도이다. 인공위성이든, 장거리 미사일이든, 북한이 어떤 것을 쏘더라도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해지고 휘청거리고 있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말 국익을 생각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에게 대북 특사 파견을 강력히 요구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반대로 하고 있다.
북한이 광명성 1호를 발사했을 때, 김대중 정부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 적극 개입해 ‘페리 프로세스’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광명성 2호를 발사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다’며 대북 제재와 압박에 앞장 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전화위복은 고사하고 ‘설상가상’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거듭 부탁하고 싶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 특사 파견을 강력히 권유한다면, 예방외교는 빛을 발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전화 한통이 기다려진다.
국내외 언론들이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준비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로 대포동 2호 미사일 추정 물체를 운반 중이고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설비와 장비를 실은 차량이 무수단리 기지로 향하고 있으며 ▲무수단리 기지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에 필수적인 원격 측정설비를 조립하는 모습이 미국 첩보위성에 포착됐다는 것이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설의 근거들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북한의 로켓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료 주입까지는 1-2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에서의 긴장고조와 함께 '한반도의 봄'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장거리 로켓을 쏠까? 쏜다면, 미사일을 쏠까, 인공위성을 쏠까? 정부와 언론에서는 이를 '대포동 2호 미사일'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아직까진 올바른 이름(正名)이라고 할 수 없다.
로켓은 탄두를 장착하느냐, 인공위성을 다느냐에 따라 군사적 용도와 평화적 이용으로 갈린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대포동 2호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에 대한 또 하나의 낙인찍기이다. 가령 한국이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또한 언론에서는 인공위성 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기술적으로 거의 구분이 없는 것처럼 보도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무리가 따른다. 두 가지 모두 발사체로 3단계 로켓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공위성은 ICBM의 전 단계로 볼 수 있지만, ICBM으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추가적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는 탄두 중량을 대폭 늘릴 수 있어야 한다. 탄두의 무게가 늘어나면 로켓의 사정거리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고성능 엔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탄두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이 재진입체(reentry vehicle) 기술을 확보했다는 근거 역시 없는 상태이다.
대포동 2호일까, 광명성 2호일까?
북한은 1998년 8월 31일에 로켓을 발사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고 '대포동 1호'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고 불렀다. 그러자 미국 정부도 한달 뒤 진실을 말했다. 3단계 분리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실패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미국과학자협회(FAS)에서는 3단계 로켓의 고체 추진 연료가 발화되기 전에 추진체가 폭발함으로써 소형 인공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SLV)가 궤도 진입 직전에 파손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단 미국도 뒤늦게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포동 1호 미사일이라는 이름은 지금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 내 강경파들은 미사일방어체제(MD) 추진의 강력한 구실을 찾았고, 한국과 일본에도 '같이 MD 하자' 압력을 넣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쏜다면, 어떤 것을 발사할까? 대포동 2호를 쏠까, 광명성 2호를 쏠까? 이 둘 사이에는 위에서 언급한 기술적 차이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대포동 2호를 쏜다면, 그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2006년 7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직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을 위반하는 셈이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이 아니라 유엔에 먼저 가게 될 것이다. 더구나 또 다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문제가 논의되면, 미국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제재 방안을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란에 대한 학습효과?
그러나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 북한 역시 유엔 회원국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2월 초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를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두둔한 것도 자신의 광명성 2호 발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쏜다면, 대포동 2호가 아닌 광명성 2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중 용도로 사용되는 로켓 기술 검증을 통해 미사일 능력을 강화할 수 있고, 오바마 행정부에게 시급성을 인식시켜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해 북한 주민들에게 '강성대국론'을 각인시키면서 체제 결속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반응이 북한의 정책결정에 미칠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에 우려와 경고를 보냈지만, 이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지는 못했다.
오히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란과의 대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압박과 제재는 피하면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광명성 2호를 쏘더라도 그 파장과 부정적인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1-2억 달러가 소요되는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하면,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시켜 정책 검토를 지연시키고 그 방향도 뒤틀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는 클린턴 행정부 출범 6년째에 이뤄졌다. 2006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부시 행정부 출범 6년째에 실시됐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한 지 아직 한달도 되지 않았다. 그것이 군사적 목적이든, 평화적 목적이든, 북한이 인내심을 가지고 자제해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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