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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論하다

'미네르바'가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라니?

by 천광용 2009. 1. 10.

언론사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 대뜸 묻는다.
"미네르바가 너네 청년회냐?"
"엥? 무슨 소리냐??"
"중앙일보 기사에 미네르바가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라고 나왔던데?"
"어라, 그럴 일이 없을텐데..."


어제도 청년회 사무실에 나가서 한 소리가 미네르바 진짜 대단하다는 이야기만 했는데.
30살(알고보니 동갑)에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고, 그 정도도 되지 못한 나는 뭔가하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에잇! 독학으로 공부하면 미네르바 정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난 40살에 나라를 들었다 놨다하는 글을 쓰고 잡혀야겠다.  그러면 '40살 무직'이라고 나오겠지? 라는 우스개 소리만 날렸다. 정말 우리 회원이었다면 우리는 이런 농담 따먹기나 하고, 미네르바의 실력을 부러워만 하고 있었을까?


아무튼 중앙일보 기사를 찾아보니 어이가 없었다.
검찰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미네르바가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친절히(?)' 나라사랑청년회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펼치던 사회운동단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제목은 더 가관이다. "미네르바, 대선 때 MB 퇴진 운동 단체 회원 가입해 활동"
제목대로라면 최소한 현재는 몰라도 대선 때는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으로 가입해서 활동했다는 말인데, 난 그런 사람과 함께 활동한 적이 없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막장 기사가 나오는걸까?
그들은 나라사랑청년회에 확인은 해 보았나?


중앙일보 기사 : http://news.joins.com/article/3451587.html?ctg=1203


더 막장은 조선일보다.
중앙일보가 미네르바가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었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냉큼 받아서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라면서 미네르바가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라는 허위사실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게 기자의 수준이다. 같이 검찰 수사를 취재하고 있을 기자가 남의 기사나 재생산하고 있고. 검찰에 한통의 전화만 해도 될 것을... 뭐 허위사실이니 쪽 팔렸을 수도.


조선일보 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10/2009011000354.html


미네르바가 검찰에 자신은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이었다고 진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사랑청년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는 그런 사람이 우리 회원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힌다.(정말 우리 회원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한가하게 미네르바 대단한 사람이라며 노닥거리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네르바를 나라사랑청년회 회원으로 둔갑시켜 기사화한 중앙일보는 미네르바의 '죄명'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의 의도는 미네르바를 반이명박 진영으로 몰아붙여 정치적 목적의 글을 유포시키는 '좌파'를 고발하고 싶은가 본데 헛다리 짚었다. 여기에 더부살이하는 조선일보는 아예 코미디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즉각 정정보도와 사과글을 게시해야 한다.


덧>
미네르바와 관련된 기사 중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사가 많다.
그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주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기사가 왠지 연쇄 살인범을 대하는 기사처럼 느껴진다.
미네르바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사람일 뿐인데, 그의 과거가 이처럼 파헤쳐져도 좋은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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