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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論하다

술만 먹던 춘근이도 '투사'가 되는 세상!

by 천광용 2008. 12. 31.


장면 1. 어느 해직교사의 고백

29일 여의도에서 해직교사의 발언을 들었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쓴 편지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최혜원'이라는 분이었다.
무대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생기신 분인지는 못 보았지만,
전부터 들었던 교사생활을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대의 여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는 남들이 말하는 소위 '운동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를 보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것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직되었습니다. 이 세상은 저를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어느 집회에서 가끔은 들어봄직한 식상한(?)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녀의 말은 진심이고, 이 세상은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정작 세상이 만든 '투사'는 우리 앞에 떡하니 놓여 있으니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시대에 '투사'라니...
그런 투사에게 가장 든든한 동지는 정권과의 싸움도 불사하는 그녀의 제자들인 '초등학생'이라는 것은, 암흑의 시대에 '투사'라는 훈장이 빛임을 눈물로 느낀다.


장면 2. 어느 방송 PD의 고백

30일 여의도는 언론노조의 함성으로 '축제'였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협작으로 이루어진 악법들은 이미 쓰레기가 된 느낌이었다.
그러한 축제의 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한사람이 무대로 올라왔다.

촛불문화제 장소와 너무도 가까운 MBC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는 이였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지 못한 몸인지 제때에 와 있지 못했다.
요즘 한참 뉴스의 촛점이 되고 있는 MBC PD수첩 '이춘근'이라는 분이었다.


"저는 93학번입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술만 먹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이 터지고나서 얼마 전에 학교 후배를 만났는데, 학교 다닐 때 알던 사람들이 그랬다고 합니다. 술만 마시던 춘근이가 어떻게 저렇게 되었냐고? 그렇습니다. 이 정권은 '술만 마시던 춘근이도 투사로 만드는 세상'입니다."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문제점을 이야기했다는 죄로
신혼이라는 그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의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도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사표를 내던졌다.


술 좋아하는 춘근이 PD가 술만 마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거리에서 만나지 않아도 되었을 아니 만날 수도 없었을 사람들이 거리로 밀려나고 있다. 
결성 20시간만에 대중 앞에서 노래공연을 했던 '노래사랑'이라는 노조 노래패는 필요조차 없었는지 모른다. 거리에서 만난 모두가 자신은 과거 운동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투사'가 되었노라고 말하는 세상!

이 빌어먹을 세상을 어여 끝장내고, 술 좋아하는 춘근이 PD는 술만 먹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국회는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법안을 만드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는 최혜원 선생님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매섭디 매서운 칼바람이 마음의 각을 세우는 국회 앞 여의도에서 다짐하고 또 다짐해봤다.
우리를 거리로 내몰고 투사로 만들었던 이들을 언젠가 거리에서 투사(?)가 되게하리라고
(지금의 마음같아서는 그들과 더불어 살 정도로 너그러워지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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