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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세상보기

[영화] '미인도'를 보면서 '그들이 사는 세상'을 생각하다

by 천광용 2008. 11. 19.
# 미인도 그리고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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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미인도를 봤다.
피곤에 쩔은 직장인들 옆구리 찔러 가면서 본 미인도. 야하다는 걸 흘려들은 기억은 나는데 뭐 상영관에 들어설 때 까지도 별 생각은 안했다. 근데 보고 있으려니 모임에서 선후배가 같이 보는 게 조금 '웃기긴'했다.
 
그래도 뭐 난 야한 것도 좋았지만, 그들의 사랑과 경치가 넘 좋았다.


화면의 이쁘기와 경치를 보고 있자니 '황진이'가 생각났지만, 황진이의 놈이보다 미인도의 강무가 더 '사람냄새'가 나서 좋았다. 우격다짐식의 혹은 문건식의 유토피아 어쩌고 저쩌고는 그닥 가슴을 뛰게 하지 않고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 코스모스

미인도에서 보이는 코스모스 꽃밭을 보면서 뜬금없는 생각을 하나 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코스모스 만발한 꽃밭을 가꾸고 싶다는..

참 비현실적인 낭만이다.
그만큼의 땅이 있어야 하고,
코스모스 밭을 위해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땅은 놀아야 한다.
뭐 봄에는 야생초를 키워서 또 기쁘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런 비현실을 해내야 진짜 낭만 아닐까? *^ ^*


# 관 계

김홍도가 신윤복에 대한 욕심을 마음 밖으로 끄집어 내면서
관계는 파멸로 달려 간다.
끄집어 내지 않았어도 파멸은 예정되어 있었고,
욕심 또한 파멸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은 표출되는 것이었으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관계란 없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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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랬다.
"우리 사이에 그림만 있었을 때가 좋았다"

신윤복이 그랬다.
"우리 사이에 그림만 있었을 때는 없었습니다"

김홍도는 자신의 욕심(신윤복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누르려했고,
가능하다고 아니 가능케하고 싶었을 것이다.
신윤복은 처음부터 다른 욕심(가문의 영광)을 들이밀었기에
그리고 스승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알았기에 그림만 있었던 때는 없다고 한다.

바람과 현실의 차이. 그만큼 둘의 관계는 거리가 있었다.

그럴 때 갑자기 난 '그들이 사는 세상'의 나레이션이 떠올랐다.
관계에서의 적절한 힘의 균형. 그것은 가능할까?
나레이션의 마지막 구절처럼
"이 세상에 권력의 구조가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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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관계에서 설레임을 오래 유지 시키려면
권력의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가 아닌
오직 함께 일을 해나가는 동료임을 알때
설레임은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설레임이 무너지고 두려움으로 변질 되는 것조차
과정임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라고 생각할 때
사랑의 설레임은 물론 사랑마저 끝난다.

이 세상에 권력의 구조가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관계가 있을까?

['그들이 사는 세상' 中에서]

# 진 심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름길은 오직 '진심'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름길이라고 하여 꼭 다다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온 진심을 다 바쳤다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그는 진심을 다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가장 비참한. 진심을 쏟지도 못했으면서 진심을 쏟았다는 착각.)

그런데 어떤 이는 진심을 쏟아도 되는 위치에 있고,
어떤 이는 한순간도 진심을 쏟지 않은 적은 없지만

'거짓'으로 치장해야 하는 비극.

강무가 그랬다.
"단 한번도 반쪽 짜리 사랑이었던 적은 없었어!"

김홍도가 그랬다.
"네가 알아? 진심이면서도 매번 거짓이 되어버리는 마음을..."

누구나 사랑에 최선을 다할 수는 있으나,
누구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강무의 순수한 사랑의 열정보다 김홍도의 '삭힌' 사랑이 애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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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람

속화를 많이 그렸다는 신윤복.

영화에서의 신윤복은 '사람'때문에 그렸다고 한다.
사람의 시기, 욕망 그리고 유혹하는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 그렸다고 한다.

'유혹'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진심'
다름이 있나?

사람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그 말에
유혹하는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말에 숨 한번 "후~욱!" 들이 마셨다.

우리는, 나는 지금
그만큼 사람을 아름답게 보나?

'사람'을 사랑한 영화, '미인도'
느낌이 좋다.

미인도
감독 전윤수 (2008 / 한국)
출연 김민선,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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