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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세상보기

'솔약국집 아들들' 마음을 후벼 판다!

by 천광용 2009. 9. 14.

옥희
  (계속 손 가방으로 내려 치는) 자식 새끼들 뼈빠지게 키워봤자 어따 써어! 이런 새끼! 죽을 힘으로 키워봤자 어따 쓰냐고 ! 평생을 지 입에 뜨신 밥 들어가게 하려고 평생을 발 동 동 구르면 산 에미를 니가 이렇게 쳐어 이런 배은 망덕한 놈의 새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날 이렇게 무시해! 그러구두 두 발로 내 집엘 다시 기어 들어와! 나가 이 자식아! 나가!!! 나가!!
우리 어머니 "어쩌다가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우리 아들이 잘 될지 알았다. 아야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자. 으잉? 우리 아들 착하잖아. 엄마 말도 잘 듣잖아...... 나는 안 힘든지 아냐? 인제 속 좀 그만 썩혀라. 내가 쟌 못 살겄다."
KBS에서 하는 주막극 '솔약국집 아들들'을 가끔 본다. 그런데 지난 주 큰아들 진풍(손현주)의 결혼문제로 어머니 옥희(윤미라)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풍은 사랑하는 수진(박선영)의 마음을 확인하고, 상견례를 하기로 한 다른 집안과의 약속을 깬다. 마흔인 아들이지만, 집안이 행복한 가정의 딸과 결혼을 시키고 싶었던 옥희는 '큰아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 나가라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새끼'라며 화를 낸다. 시아버지의 만류에도 옥희는 진풍을 키워 온 세월을 생각하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이 장면을 보며 난 마음이 쓰라렸다. 지금의 나는 진풍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지는 않다. 전혀 다른 문제이지만, 부모님이, 우리 어머니가 느끼는 배신감, 허탈감은 진풍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예견되어 있지만, 앞일을 모르는 내 처지는 더 우울하다. 부모님이 갔으면 하는 길을 가지 않는 아들, 그 길이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닌 평범한(?) 삶임에도 마다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아들을 보며 우리 어머니도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드라마의 결혼이라는 상황설정은 내게 들어오지 않고, 오직 아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어머니의 분노, 그것이 내 어머니가 정녕 하고 싶은 말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프다.
오늘 집에 제사가 있어 내려 가려고 했다. 어머니도 뵙고, "마음을 고쳐 먹겠습니다."라는 말은 못해도 "죄송합니다."란 말씀은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못 갔다. "죄송합니다. 더 잘하겠습니다."란 말을 해야 하나? "어머니, 제발 저 좀 봐주세요!"라는 말을 해야하나? 너무 어려워서 결국 못갔다. 길을 나섰다 돌아와서 윗배가 계속 쓰리다.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일까? 여전히 아프다.
 

그리고 저녁에 또 '솔약국집 아들들'을 봤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결국 진풍이가 바라던데로 자신이 좋아하는 수진이랑 결혼을 한다. 친구들 모임에서 술 한잔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언니랑 통화하면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낸다. 그리고 약국에서 웃고 있는 진풍일 보며 더 진한 눈물을 흘린다.

그렇겠지? 그럴거다. 혹여 우리 부모님이 어머님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인정하신다고 하셔도, 내가 그걸로 기뻐해도 마음이 아프실거다. 많이 아프실거다. 부모님이 보기에 뻔한 가시밭길을 가고자하는 아들이 미우실게다. 내손을 들어줘도 아프실거다. 내꿈을 생각하며 부모님을 생각하며 쓰린 배를 움켜잡고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아무 생각도 안난다. 주둥이가 좁은 병에 손을 집어 넣고 움켜쥔 것을 놓지 못해 잡히는 원숭이만 바보같은 원숭이만 떠오른다.

너무 가슴 아프게 만든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우리 어머니가 내게 꾸중을 하시는 것처럼 느껴졌던, 분노를 토하시는 것만 같았던 '윤미라'의 연기와 대사.

어떻게 살아야할지 혼돈으로 빠뜨렸다. 마음의 짐은 한껏 무거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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